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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 HR] 당신의 HR 벤치마킹이 실패하는 이유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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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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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양, 이용훈

4,535

벤치마킹은 잘못 없다.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게 잘못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확신은 사라지고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결정은 더디어진다. 그런 순간 많은 이들이 타인 손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곤한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합니까?”

 

한국 기업 경영진의 상당수가 입에 달고 사는 말, 바로 벤치마킹.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러한 벤치마킹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 분명 타사 제도의 좋은 부분만 가져왔는데 왜 우리 회사에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까? 벤치마킹은 왜 보고서에 담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빼기는 애매한 계륵 같은 존재가 된 것일까?

 

 

HR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예를 들어 무형의 핵심가치나 조직문화, 눈으로 그려낼 수 있는 조직 구조, 그것을 뒷받침하는 평가보상 제도 등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HR은 뷔페가 아니라 최소한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코스 요리에 가깝다.

 

회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미션/비전)가 무엇인지에 따라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방식(핵심가치/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이러한 접근 방식에 따라 어떤 사람(인재상)과 함께해야 할지, 어떤 조직 형태(조직 구조)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된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은 HR 원칙을 수립하는 데 영향을 주고, HR 원칙은 조직 구조와 더불어 어떤 식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할지 구체적인 HR 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결국 HR 벤치마킹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는 HR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 사이의 연계를 무시하고 단편적인 제도만을 취사선택하는 데 있다.

 

그동안 대기업의 상호 모방 혹은 계열사 간 자가 복제가 유효했던 것은 조직 구조나 일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따르고자 요즘 뜨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의 HR 제도를 벤치마킹하려 할 때 조직 전체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따라 하기도 힘들뿐더러 따라 한다고 한들 흉내 내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상호 연관성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최근 시장에 떠오르는 기업에는 구성원이 준수해야 할 핵심가치core value 또는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이 있다. 그런데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특성에 따라 그것을 표현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한 커머스 업체는 의사결정과 조직 구조가 리더 중심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이들 조직에서는 핵심가치보다는 리더십 원칙이 전면에 나와 있다. 반면 ‘규칙없음No Rules’의 원칙하에 의사결정과 권한을 직원 개개인에게 내린 조직들은 리더십 원칙보다는 핵심가치가 더 전면에 나서 있다.

 

조직 구조나 일하는 방식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직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목적조직은 기능조직과 달리 다양한 직무의 전문가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직무 전문성은 기본이고 협업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목적조직은 관리 감독자의 통제보다는 개인 자율에 따라 업무가 진행된다. 그래서 최근 스타트업에서는 문화적합성culture fit을 위한 면접 전형을 추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아가 문화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직무를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벤치마킹이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과관계 오류에 있다. 벤치마킹이 가능한 HR 제도는 제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 결과물이자 현상에 불과하다. 그러한 HR 제도가 정립된 목적이나 고민은 고려하지 않고 현상만을 추종해봐야 무의미한 운영으로 시간과 자원만 낭비하게 된다. 흔히 창의성과 주도성을 발휘하기 위해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는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더라도 그 역량을 십분 발휘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는 틀린 말에 가깝다. 반대로 질문해보자. 왜 창의성과 주도성이 중요해진 것일까? 수평적인 조직문화이기 때문에 창의성과 주도성이 중요한 것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그에 기반한 조직에서는 개인의 의사결정과 권한을 중요시한다. 개인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기 위해선 개개인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다. 만약 상위 직책자가 의사결정을 내려주는 조직이라면 굳이 모두가 창의적이거나 주도적일 필요도 없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 가십으로 떠도는 유명 글로벌 IT 기업의 채용 과제들이 창의성을 검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은 창의성이 아닌 문제 풀이 과정에서 해당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 해결 역량을 확인하는 것에 가깝다.

이런 의문도 가질 수 있다. 조직과 제도를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똑같이 붙여 넣으면 되지 않을까? 결론은 이 역시 불가하다는 것이다. 같은 제도와 방향성을 지니더라도 조직이 처한 상황, 조직 규모, 구성원 역량에 따라 다른 형태로 전개되거나 다른 종류의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아무런 고민 없이 제도만을 따라 할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의 벤치마킹이 아니다. 벤치마킹을 하고자 한다면 대상 조직이 겪었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목적을 위해 무슨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그 과정을 심층적으로 뜯어봐야 한다. HR이 변하고자 한다면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그에 알맞은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본 내용은 『LEAN HR: 당신의 스타트업은 안녕하십니까』의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했습니다. 『LEAN HR: 당신의 스타트업은 안녕하십니까』은 비바리퍼블리카(toss), 티맵모빌리티, 현대엔지니어링, 무신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용훈 저자가 스타트업 HR 담당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선별해 이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한 신간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비롯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이유, 컬처핏을 강화하는 인터뷰, 다면평가의 허와 실, 합리적인 보상 질서, 일하고 싶은 조직을 위한 채용 브랜딩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무적이면서 기존 HR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이야기해 독자가 스타트업 HR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표, 경영진, 관리자 그리고 사람과 함께 일하는 모두가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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