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는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어릴적 오빠와 나에게 초점을 맞춰 셔터를 누르는 게 취미시던 우리 아빠의 영향이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보니 호기심에 아빠를 졸라 중학교때 나만의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래봤자 저렴한 필카였지만 난 그것으로 만족했다.
지나가다 뭔가 특별한 것 (나에게만..) 보이면 습관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내 사진은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초점 없이 흔들리고 당췌 무슨 사진인지 알 수 없는 사진들이었다.
멋진 사진을 못 찍는다며 내 자신을 꾸짖으며 그렇게 카메라와 사진과 멀어져 갔다.
그리고 2013년 남친 찬스로 미러리스를 얻게 되었다.
막 찍어도 예술 (?)이라는 미러리스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찍었다.
필름 값도 안 드니 흔들리건 말건 알게 뭐람..
그래도 여전히 내 맘에 드는 사진다운 사진은 건지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미러리스 & DSLR 사진 강의"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도 사진작가이고 싶다. 멋진 사진 찍는..
책은 사진의 기본이자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Light... 사진, 빛으로 그린 그림
Color... 세상의 컬러를 찾아서
Frame... 세상을 보는 눈, 프레임
Feeling... 어떻게 보아야 하나?
Story... 사진 속에 이야기 담기
책의 처음은 저자의 아버지가 가족사진을 찍어준 사진을 시작한다.
구도가 썩 좋지도 보기에 멋져보이지 않은 사진이나 정감이 가며 옛 추억을 떠오르게끔 하는 사진이다.
대단히 작품과 같은 사진을 찍었다면 아마 사진 그 자체에 감탄할 뿐..
추억을 감상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드는 생각이... 항상 카메라 맨은 아빠였던 것 같다.
저자는 빛을 강조했다.
대부분이 사진을 찍을 때 역광을 피하고 순광으로만 촬영하려 한다.
전체를 드러내는 빛 순광이야 말로 피사체를 잘 보이게끔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역광도 때론 멋진 사진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위에 사진은 사실 좋은 사진이 아닌 것 같다.
아침의 역광에 눈은 부셨지만 바티칸 미술관에 온 이상 인증샷은 찍어야 했기에 셔터를 눌러댔다.
노출, 조리개, 셔터는 무시하고 자동모드로 찍었다.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여행할 때 메뉴얼로 맞춰놓고 찍는 건 시간상 여유가 없어 무리이다.
또 하나의 실망한 사진이다.
나름 같이 간 일행을 찍으려 했지만 도저히 불가능 했다.
M모드 (메뉴얼 모드) 사용은 사진을 잘 아는 사람 아니고서는 잘 쓰지 않는 모드이다. (나 역시..)
그래도 저자는 손등을 노출계로 활용하여 A모드에서 촬영할 장면에 손등을 된 후 이때 설정된 조리개와 셔터 속도 값을 기억하고 있다 M모드에 그 값을 세팅해 촬영을 연습하길 권한다.
나도 맘 같이 안되어도 이리저리 값을 조절해 가며 하나 건졌다고 생각한 사진이다.
PC로 옮기고 나니 노출값이 조금 아쉽다.
약간 더 밝게 찍었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아주 살짝 밝기를 조절하긴 했다)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작은 마을에서 찍은 사진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엽서와 자석이 돌벽 위에 전시되어 있다.
처음에는 기본 자동모드로 촬영했다가 뭔가 분위기 있는 사진을 뽑아내고 싶어 레트로 효과를 적용했다.
이건 나만의 감성이 들어간 사진이라고 하고 싶다.
제주도 더럭분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셔터속도에 따라 광량이 달라져 사진의 밝기가 달라짐을 테스트 해 보았다.
이렇게 하나씩 비교해가며 여러사진을 찍다보면 가장 최적의 값을 맞출 수 있고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노출/ 조리개/ 셔터속도 값에 따라 사진 찍기 전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찍는 것"에 중점을 두기 보다 사진에 어떠한 "스토리"를 담을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도 막연하게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을 그만 두고, 내가 표현하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며 내 사진을 보는 이가 얼마나 잘 이해하면서 사진으로 나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미러리스 & DSLR 사진강의" 도서는 일반적인 카메라 사용 법, 사진 예쁘게 찍는 법 뿐 아니라
빛, 컬러, 프레임, 리터칭을 넘어서 감성, 스토리를 담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여러가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줬던 책이다.
일상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내일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가야겠다.